'부분적으로 보았을 때는 진실이지만, 전체로 보았을 때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구성의 오류를 간단히 정의하면 위와 같다.

 

즉, 하나의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어떠한 선택이 매우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되어 택하지만, 모두가 옳다고 생각하여 똑같이 따라하면 오히려 잘못된 선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절약의 역설이다. 한 개인의 입장에서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면 점점 부가 증가하게 되고, 이것이 개인의 미래에 있어서 좀 더 밝은 내일을 보장해줄 것이기에 미래를 대비하려면 되도록이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이 선택을 하게 되면 경기가 위축되고, 이것은 전체가구의 소득감소로 이어지며, 최종적으로는 오히려 전체적인 저축금액은 줄어들수도 있다.

 

그 외에도 경기장에서 좀 더 잘 보기 위해 혼자 일어서면 분명 잘 볼 수 있지만, 모두가 일어서면 별 효과가 없다는 것. 금융위기시 나 혼자 돈을 찾아가면 괜찮은 선택이지만 모두가 찾아가려하는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이 파산하고 오히려 돈을 찾아가기 더 힘들어지는 사태 등도 구성의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기업 경영이나 구조조정에서도 나타난다.

 

기업 경영에 있어서 적용되는 사안은 다음과 같다.

 

A라는 기업이 100원을 투자해 1년에 2원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하자. 100원을 투자해 고작 1년에 2%이윤이 남는 것이다. 은행에 저축한것과 별다를 게 없는 수준이다. 이럴바엔 골치아프고 위험한 경영따윈 때려치우고 은행에 돈을 맡겨놓는 것이 훨씬 낫다.

 

고민하는 A기업 사장에게 한 직원이 개선방법을 가져온다. 새로 나온 신형 기계장치들을 도입해오면 이전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물량의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기계를 도입하면 이전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해 판매할 수 있어 기존가격보다 더 싸게 팔아도 기존 2%보다 훨씬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고 사장을 설득한다.

 

이때 A기업 사장이 그 직원의 개선방법을 받아들였다면, 과연 그 말대로 2% 훨씬 높은 이윤 달성이 가능할까?

 

답을 말하자면 '거의 불가능'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경쟁기업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신형 기계장치를 도입하면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물량의 생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보다 더 낮게 팔려고 잡아논 가격에 또 다시 더 싼 값으로 가격을 매겨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결국 이익을 얻는 사람은 신형기계장치를 도입하는데 돈을 쓴 기업들이 아니라 그런 기업들이 생산해낸 물품을 매입하는 소비자(개인이나 다른 기업들)들에게 돌아간다.

 

즉,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개선방법이라면 그것은 좋은 경영 제안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이런 구성의 오류를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행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 선택이 현상황을 유지라도 시켜주면 그나마 괜찮지만, 어느 순간 속해 있던 산업 등이 사양산업이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은 천천히 죽어갈 것이다.

 

천천히 죽어가던 기업을 구조조정 할 때도 구성의 오류는 또 나타난다. 기업 구조조정시 많이 나오는 말이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인데, 청산가치는 꽤 정확히 측정가능하지만, 계속기업가치는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들어가게 된다.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이러이러한 방법으로 자금을 좀 더 투자해 상황을 개선시키면(위에서 말한 신형기계장치 도입), 비용이 줄면서 이익이 늘거나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라는 생각하에 가치를 판단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계속기업가치가 대폭 늘어나게 되는데, 만약 그 방법이 다른 곳에서 손쉽게 따라할 수 있다면? 역시나 구성의 오류가 작동, 완전히 잘못 산정된 가치가 나타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최근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정부지원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상선과 같은 경우에도 구성의 오류가 적용될 것이라 생각된다. 여기에 산정된 계속기업가치 등에 구성의 오류가 작동해 침식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근 현대상선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는데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으니 '한진해운을 살렸어야 했다. 한진해운의 당시 계속기업가치가 2조원 정도 더 높았다(2016년 삼일회계법인 기준 - 계속가치 약 4조 8천억, 청산 약 2조 5천억)'등의 이야기가 흘러나오지만 역시나 그냥 구성의 오류가 작용해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된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구성의 오류가 작동하지 않으려면 '남들이 따라하기 힘들다'가 작용해야 한다. 그런데 해운업에서 남들이 따라하기 힘든것이 무엇이 있을까? 내가 배에 물건을 실어서 다른 국가에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한진해운에서 옮기는 것과, 현대에서 옮기는 것, 그외 다른 해운사에서 옮기는 것에서 차이점이 있는가? 그런건 전혀 없다. '저렴한 것'이 최고다. '한진해운에 물건배달을 맡겨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이상 어떤 경영개선책이든 대부분 쓸모가 없어지고 결국 또 적자를 만들어 낼 뿐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사정은 비슷하다. 제시한 설계도에 따라 만들고, 검수과정을 잘 거쳤다면 어느 회사에서 만들던 무슨 상관이 있는가? '광개토대왕함은 어디 조선사 출신배다' 혹은 '우리 배는 XX라는 조선사에서 만들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은적은 없을 것이다. 거기다 대우조선해양은 결정적으로 오랜기간 공기업의 형태를 취하면서 비효율적이고 나태하기 짝이없는 기업이 되어 있었다. 다음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 두 곳에서 모두 단기적으로 일해본 사람에게 직접 들은 대화다.

 

'삼성중공업에 있을 때는 진짜 죽도록 일했는데, 대우조선해양에 갔을 때는 거의 쉬거나 탱자탱자 놀면서 시간 때우기 식으로 보냈다'

 

물론 이 말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기 전에 들은 이야기다. 그 후 큰 사건들이 커지면서 어느 정도 바뀌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찌됐든 기존 직원조차 놀고 있는 상황에서 '뽑을 필요도 없는 사람'까지 뽑아서 같이 그냥 멍 때리기를 했으니 얼마나 내부사정이 개판이었는지 눈에 선하지 않는가?

 

구성의 오류를 피하려면 '브랜드 파워'가 있거나, '규모의 경제'로 선도적인 기업이 되는 등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 외에는 그저 비용이 적은 기업,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인건비가 저렴'해야 경쟁력이 생길 수있는 것이다. 파산직전 기업이 짜낸 방법은 어차피 다른 기업들도 거의다 따라할 수 있으므로 결국 경쟁력은 저렴한 인건비(생산성이 더 높으면 절대적 인건비가 더 높더라도 생산대수에서 상대적 인건비가 저렴할 수 있다)가 전제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위의 구조조정 기업은 지원은 하지만 그런 인건비 삭감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던 것 같다. 구성의 오류를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비용을 확실히 줄이지도 못한 채 그냥 유지되는 이런 경우에는 그저 '운'에 기대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경제가 폭발적으로 살아나길...'이라고 기도를 올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부기업(산업은행이 대주주)이라 파산시키면 손해가 막심하다'라는 이유로, 현대해운은 '우리나라에 대형해운사 하나는 있어야 한다'라는 명목등이 추가적으로 있었지만, 어쨌든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