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제도는 '가격하한제'에 해당한다.
즉, '최소한 이 가격 이상으로는 사주어야 한다'라는 것이 기본골자인데, 가격하한제는 대부분 시장에서 형성된 균형가격보다 높게 책정한다. 낮게 책정해봐야 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학적 기본 이론에서 균형 수준보다 높게 가격이 지속적으로 책정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상황이 바로 '초과공급'으로 인한 부작용인데, 최저임금 초과공급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은 바로 실업 증가다.
아래 그림을 살펴보자.
가격은 임금을, 수량은 노동량을 나타낸다.
우상향 곡선은 노동의 공급 곡선이다. 노동을 공급하는 노동자들이 만들어내는 선이다. 임금이 증가할수록 시장에 자신의 노동을 공급하겠다는 물량은 점점 증가하게 된다. 대학생, 주부 등이 높은 임금을 보고 시장으로 나온다. 수익성이 나빠 고민하던 사업자들도 사업을 접고 노동시장으로 나올 것이고, 국내에 있는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은 임금을 보고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
우하향 곡선은 노동의 수요 곡선이다.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선이다. 이들은 임금이 증가할수록 최종적으로 자신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줄어들게 되므로 노동에 대한 수요를 줄이게 된다. 해외로 이전 가능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 해외로 빠져나간다.
노동의 공급곡선과 수요곡선이 만나는 균형점인 '가' 지점에서 임금이 결정되고, '나'만큼 고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최저임금 정책이 실행되면 '가' 수준에 있던 균형임금보다 높은 '가1'수준을 주어야만 한다. 임금이 높아지자 기업들의 수요는 '나1'수준으로 줄어들면서 '나1'수준만큼만 고용이 이루어지지만, 여기에 공급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초록색 선인 초과공급이 심화된다. 그리고 초과공급이 실업으로 연결된다.
최저임금 상승 후에도 지속적으로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는 이전보다 나은 상황이 오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생계마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될텐데, 실업으로 생계마저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대폭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경제학에서 말하는 최저임금 부작용의 기본 이론이자 논리다.
★ 실제로는 단순한 실업 발생만이 아니라 물가상승, 암시장 생성,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한 사업자들의 파산, 고용된 자와 되지 못한 비숙련 노동자 간의 의견대립 등이 대두되어 더 큰 사회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한편에선 정부의 강력한 통제 등을 통해서 위의 부정적인 행위를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기초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통제로만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최저임금을 주는 사업자들은 그들 역시 대부분 소규모 사업을 하는, 자영업자 같은 영세사업자들이나 위태위태한 상황을 이어가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물건 값 높이면 가만 안 둔다'
'암시장 형성되면 처벌한다'
'사업을 해외이전할 경우 국부유출로 간주하고 처벌한다'
이런 조치들로 과연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인가? 그렇다면 이런 조치들로 버티지 못한 사업자들의 파산은 어떻게 할 것인가?
'파산 못하게 우리가 돈을 주겠다' 라고 말할 것인가? 그 돈은 어디서 나온 것이며 어떻게 쓰라고 징수된 것인가? 공공재 등의 공급이 주된 용도일 것인데 그것으로 사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옳은가? 그리고 그런 지원정책을 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아예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만한 수준의 세금감면 혜택을 같은 것을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깔끔한 정책이 아닐까?
결정적으로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한 상황에서, 국가에서 기업이 줘야할 임금을 대신 준다는 것은 정부가 주도해서 시장왜곡을 일삼는 행위가 된다. 즉, 시장실패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다. 정부가 해야할 역할 가운데 하나가 시장실패를 막으라는 것인데, 부작용이 심해지면 오히려 시장실패를 만들어내는 꼴이 되는 것이다.
▶ 정부 역할 기본
그래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제치고 최저임금이 크게 상승할수록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발생하는 실업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 즉, 위의 그림과 같은 경우 일직선으로 공급과 수요가 상승하고 있으나, 사실은 직선이 아니라 완만한 곡선형태로 나타나며, 수요곡선이 매우 완만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각보다 고용이 줄지 않는다는 것.
두 번째가 이전에도 대폭적인 최저임금 상승이 있었으나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얼마전 SBS에서 했던 한 방송에서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라는 조영철 교수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면서 우리나라 기준으로 높은 상승을 기록했던 시기를 다음과 같이 나열했다.
1991년 18.8%
2001년 16.6%
2002년 12.6%
2005년 13.1%
2007년 12.3%
이렇게 높게 상승한 적이 많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의 운영에도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이유로 최저임금 상승률이 높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현 정부의 장하성 정책실장도 '고려대' 경영대학원 출신 교수라는 점에서 고려대 쪽 경제학계에서는 이 두 번째 사안에 굉장히 집중한 것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착각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생각된다. 즉, 누락변수가 있다는 것이다.
누락 변수는 바로 중위소득이나 평균소득에 비해 그 당시 임금이 낮았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은 지금 보다 높다는 것이다. 즉, 임금상승의 부작용을 충분히 완화시켜줄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완화장치들이 수요곡선의 직선을 더 완만하게 만들어서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위의 그림과 같이 높은 경제성장률 및 중위소득에 비해 많이 낮게 책정되어 있는 임금 등은 노동의 수요곡선을 상당히 유연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노동 수요의 가격탄력성'을 비탄력적으로 만들어준다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기존 고용 수요가 '나'에서 '나1'로 움직였을 때는 상당히 큰 고용량 감소가 나타났지만, 나2로 움직였을 때는 그 정도가 크게 느껴지지 않으므로 부작용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공급이 늘어난 만큼 실업은 증가했을지 몰라도 기존보다 고용이 줄지는 않았다는 점을 특히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일하던 인력의 실업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하지 않고 있던 사람이나 쉬던 사람 등이 높은 임금을 보고 인력시장에 추가적으로 나온 것일 뿐(주부, 학생, 해외인력의 유입 등)이라 일자리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상황등이 발생하지는 않았기에 부작용이 상당히 적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요곡선이 유연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에 대한 다른 변수를 생각하지 않고,
'수요곡선은 일직선이 아니라 상당히 완만하게 생겼기에 이전에도 괜찮았고, 이번에도 괜찮다'
라고 쉽게쉽게 말하면 안 된다. 최저임금이 높게 상승할수록 좋다고 말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이유인 '수요곡선이 일직선이 아니라 더 유연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라는 주장은 결국 경제성장률이나 중간소득 등의 변수를 누락시킨 채 '상관관계'만을 따진 어리석은 생각이다.
추가적으로 그 당시에는 아직 지금보다 세계화 등도 약한 편이었다는 점에서 해외인력의 국내유입이 약했다는 점, 여성의 사회진출이 좀 더 적었다는 점, 실업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 추가적으로 노동시장에 나오려는 사람이 적었다는 점(집 안에 실업자가 생기면 다른 사람도 일자리를 구하려 할 것이다) 등을 생각하면 공급선마저 완화된 곡선의 형태였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공급곡선마저 많이 완화된 곡선 형태가 되면서 초과공급이 대폭 줄어들었다. 부작용이 최소화된 것.)
'이전에도 대폭적 최저임금 상승이 있었으나 큰 문제 없지 않았느냐'라는 의견에는 이와 같은 누락변수들이 더해져 부작용이 최소화 되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들 하지 않았는가. 이제는 변화가 빨라 1, 2년만에도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변화된 다른 경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번에도 괜찮아!'를 외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세계 경제 대공황을 해결한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한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저는 중요한 정보가 바뀌면 결론도 바꿉니다. 선생님은 어떠십니까?'
워렌 버핏이 세계 최고의 투자가가 된 것은 벤저민 그레이엄에게서 배운 것에 머물지 않고, 필립 피셔, 찰리 멍거 등을 만나면서 계속 자신의 투자방법을 다듬고 변화를 시도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나이가 아무리 들더라도 독서와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
케인즈가 열린 사고를 지니면서 끝없는 배움을 통해 세계 최고의 경제학자로 이름이 남았듯, 버핏 역시 끝없는 열린 사고와 배움을 거치면서 세계 최고의 투자자로 이름이 알려졌다.
이야기가 좀 샜지만 결론은, 이제는 많은 것이 변화했기에 '이전에도 괜찮았으니 이번에도 문제 없다'라는 생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가장 좋은 적절한 최저임금 책정 및 상승 유도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실행할 방법은 바로 절대적 최저임금 기준과 상대적 최저임금 기준에 따라 둘을 유도하는 것이다.
절대적 기준까지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상대적 기준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급격한 변동에 상당히 취약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에서도 학계쪽에서는 '위험'을 '변동의 크기'로 정의하는 이유가 이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술발전이 너무 빨라 따라가기 힘들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는 것은 급격한 변화에 따라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도 이와 마찬가지다. 법을 제정할 때도 공포하고 시행까지의 기간에는 유예기간을 두는 이유가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상대적 기준을 무시한 급격한 처사는 현 2018년에 인간의 거의 모든 물리적 노동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충격이 없을 수가 없다.
그저 사탕발림식 정치공약을 내걸고, 그걸 그대로 행하는 바보같은 짓은 부작용만 키우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그저 인기에만 영합하기 위한 바보 같은 정책들은 그만 멈출 필요가 있다.
★ 마지막으로 위의 임금에 따른 노동의 수요와 공급 곡선은 비숙련자들에게 중점적으로 해당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들은 오히려 숙련되면서 될수록 임금이 높아지는데, 임금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난다.
간단하게 스포츠 선수를 생각해 보면 된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메시를 생각해보자. 메시는 임금이 다른 축구 선수들보다 훨씬 높다. 매년 몸값이 올라가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여러 구단에서 그를 데려가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위의 그래프는 분명 임금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해야 할 텐데 오히려 메시 같은 경우 수요가 증가한다.
특정 기업을 경영하면서 성과를 잘 낸 경영자가 있다고 하자. 경영을 잘 했다는 소문이 나면서 능력이 검증된 이 사람은 임금이 당연히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모셔가겠다고 안달이 난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한 달에 매출을 1000만 원 낼 수 있는 사람이 1억 매출을 낼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면 몸값이 올라가면서도 오히려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이런 것을 고려한다면 자신의 능력개발, 혹은 그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부작용 따윈 무시한 '최저임금 상승!'을 외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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