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한 국가에서 사업을 할 때 그 국가 경제에서 위험한 부분을 알아보는 방법으로 글로벌 조사기관인 BMI를 두고 있는 Fitch Solutions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해외 투자를 고려하고 있을 때 이곳에서 발표하는 자료들을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가격이 비싸다... 그래도 요약만 봐도 꽤 얻을 게 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말하는 현재 한국 경제의 위험요소는 무엇일까?

 

(Fitch Solutions 사이트 속 국가 위험 리포트에서 ASIA 국가를 선택한 후 한국을 찾아가보았다)

 

(보고서 속에 있는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을 추려 요약되어 있다. 드래그된 파란색이 한국 경제의 약점이다)

 

'A weak point to emphasise~' 라면서 한국 경제의 약점으로 강조되는 부분을 찬찬히 한 번 들여다 보면,

 

노동시장이 교착상태에 빠졌는데(labour market is bogged down), 그 이유로 꼽고 있는 것이 바로 지나치게 높은 최저임금(minimum wage)과 함께 경직된 노동 정책(rigid labour policies)이다. 한국에서 '정규직'이라는 것이 되면 노동법상 해고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이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인 청년실업률을 만들어내는 주요원인이다고 이야기하면서 간략하게 정리한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완전 거꾸로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 정부에서 실업률 지표는 나쁘지 않았으나 '전체 실업률에 비해 높은 청년 실업률'은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되었으며, 이에 따라 20~30대는 전 정권에 대한 높은 불만으로 정권 교체를 기대했다.

 

이전 정권(박근혜)의 최저임금 상승률을 살펴보면 경제성장률은 평균 3% 안팎에서 움직이는데 최저임금은 거의 매년 2배를 넘는 수준인 7% 수준으로 올렸다. 상당히 높은 상승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어디서 나온 말인지 몰라도 '최저임금 시간당 10,000원! 무조건 만 원! 그래야 경제가 살아나고, 소득 하위층도 잘 살게 되고, 모두가 행복한 국가가 된다!'라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말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2014~2017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살펴보면 대략 평균 7%에 육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한 주장이었지만 어쨌든 그게 먹혀들었다는게 중요하다. 마치 최저임금만 억지로 만 원 수준으로 만든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것처럼 큰소리로 외치는 사람과, 무비판적으로 그 말이 맞는것인냥 따르는 사람들이 줄줄이 생겼다.

 

뉴욕 최저임금은 15,000원 이랍니다! 라면서 한국 임금은 낮으니 올리자는 방송을 보고 쓴 글

 

그리고 그 힘이 보태져 현 정권이 탄생하며 오히려 속도조절에 나서야 할 상황에서 더 과감하게 인상률은 높여서 밀어부치는 모습이 나타났다. 2년간 무려 30% 가까운 인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정책의 주요정책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 소득주도성장의 또 하나의 주요정책은 바로 '무조건적인 정규직화'이다. 위에서 말한 한국 경제의 약점 중 하나로 지적된 '경직된 노동시장, 정규직의 폐해'인 그것을 더욱 강화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끝이 아니다. 정규직 보다 더 심각하게 경직된 노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야말로 비효율성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공무원 증원'도 소득주도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안정된 일자리를 국가에서 제공!'이라는 이름하에 꼭해야 하는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비정규직, 조건 없는 정규직화에 대한 고찰

 

이미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면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적용이 쉽지 않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은 이를 억지로 부정하려하는 모습이다. 정부에서 나서서 억지로 '노동시장을 경직' 시키거나 '공무원'으로 고용해서 평생직장으로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이다. 시간을 어떻게든 강제로 역행시키려는, 왠지 애처로운 모습이다. 추세로 보면 '평생직장' 보다는 '원하는 곳에 쉽게 고용될 수 있게 하기'가 될 수 있게 해줘야 맞지 않을까?

 

인건비가 급등하며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들은 일단 움츠려들 수 밖에 없다. 비용이 증가할 땐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업 벌리다가 잘못되면 망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노동시장이 매우 경직된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마구 정규직화를 시켜 더욱 경직시키고, 기업들이 더 위축되면서 고용을 줄이자 그 줄어든 고용을 정부에서 나서서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방법으로 채워 넣겠다고 하고 있다. 공무원이 늘어나면 세금을 더 걷어야 할테고, 민간경제는 한번 더 위축될 것이다.

 

기업들은 인건비가 증가하고 노동시장 경색도 심화되자 사람을 뽑을 때 더욱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 잘못 뽑았다가는 비싸진 인건비만 지급하면서 기업에 계속 손실만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이 줄며 실업률이 증가하고, 국가는 높은 실업률이란 비판을 피하려 공무원을 더 뽑게 될 것이다.

 

늘어난 공무원들에게 세금이 대량으로 투입될 것인데 처음에는 세금을 높여서 걷는방법으로 괜찮겠지만, 이것이 심화되면 세금을 인상하다가 도저히 못참겠다는 반발에 부딪히거나 실제 못버틴 민간기업들의 파산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어 이제 세금을 더 많이 걷긴 힘들겠다 싶을 때 쓸 수 있는 방법은 해외에서 돈을 빌려오는 것이 있다. '빌려달라' 한마디면 되니 간단하다. 민간실업률이 높아지면 추가적으로 공무원을 또 뽑으면 된다. 역시 간단하다.

 

한국 경제는 꽤 건실하게 성장해 세계 20위권에 들고 있으니 아마 몇 년이 아니라 십년이나 이십년 넘도록 그렇게 버틸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옳은 것일까?

 

...

 

어찌됐든 지금 정부가 밀어부치는 '소득주도성장'이란 이름하에 진행되는 주요 정책인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무조건적인 정규직화, 공무원 증대는 모두 국제 리서치 기관에서 말하는 '한국 경제의 문제' 부분을 오히려 심화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드디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2020년에는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확정하면서 인상률 2.87%로 결정지었다. 급격한 인상으로 마이너스 인상률 이야기까지 나왔던 것과 1%대 경제성장률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생각해보면 부담스러운 것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또 다시 10%대 수준이 안 된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정신차린(?)것 같은 모습이다.

 

다음은 공무원연금이나 임금, 혹은 수당이나 복지를 삭감하면서 '하는 일에 어울리는 댓가'를 책정할 차례라고 할 수 있겠지만...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