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가 나거나 망해가는 기업이 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일반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된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러나 좀 더 깊숙이 따지고 보면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다음의 4가지 기업이 있다고 하자. 어느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해당할까?

 

('가'와 '나'기업은 흑자, '다'와 '라'기업은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가'와 '나'는 이익이 지속적으로 나고 있는 기업이므로 별로 참견할 것이 없다.

 

단, '나'와 같은 경우 이자비용을 상환하는데는 무리가 없겠지만 원금까지 합친 '원리금'을 상환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울지도 모를 상황이다. 만약 채권자들이 한꺼번에 빚 상환을 요구하면 흑자를 내고 있음에도 파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은 흑자를 내고 있을 경우 채권자들은 합의하에 원금 상환기간을 연장해주는 방법을 택하기에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다'와 '라'의 경우다. 이자비용조차 감당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적자가 나고 있으며 이게 지속되면 결국엔 도산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두 기업 모두 구조조정에 해당할까?

 

그렇지 않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구조조정에 해당하는 기업은 '다'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 것일까?

 

'다'와 같은 경우 일단 사업적인 관점에서 매출원가와 판관비를 제외하고 남는 것이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사업을 하기 위해 빌린 대규모의 부채에서 발생하는 이자비용인데, 만약 이 이자비용만 제거해준다면 사업을 지속해나가기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영위하고 있는 사업이 사업적인 관점에서 진행할만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자산구조 부분을 조금 조정해주면 다시 살아나서 사업을 지속적으로 행할 수 있기에 구조조정 대상에 해당한다.

 

반면 '라'와 같은 경우에는 이자비용이 제거되더라도 그냥 계속 적자가 나게 된다. '다'처럼 조금 조정해준다고 해서 이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행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즉, '라'와 같은 경우에는 이 적자가 일시적이며 이후 꼭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라'와 같은 경우에는 아무런 사업구조 자체가 이미 경쟁력이 없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냥 빨리 파산시키고 남는 것을 채권자들과 주주들이 나눠 갖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예를 들어 마차와 같은 경우에는 자동차가 개발되면서 사장되어간 사업이다. 그런데 여기에 지속적으로 돈을 투자하고 인력을 집어넣는 것이 과연 맞을까?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 전체로 보아서도 매우 잘못된 곳에 돈과 시간과 인력을 투자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업은 그냥 정리하는 것이 옳다.

 

스마트폰이 나타나기 전까지 활성화되었던 PMP 사업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해도 살아나지 못할 PMP사업에 지속적으로 인력과 자금을 지원하느니 차라리 그 자원을 스마트폰에 사업으로 흘려보내 더 발전시키는게 낫다.

 

따라서 '라'처럼 영업이익에서 적자가 나는 기업은 일단 영위하고 있는 사업자체가 이미 그 나라에서 계속하기엔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구조조정 대상이라기보다는 일단은 '파산 대상'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라'와 같은 기업은 어디서 어떻게 비용을 줄이고, 이후 어떤 과정을 거쳐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릴 수 있는가에 대한 '자구계획서'를 제출하고 이것이 신뢰할만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다'와 똑같이 적자가 나고 있는 망해가는 기업이더라도 파산의 대상이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