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몇몇 마트에서는 '일본 물품은 판매하지 않는다'라고 하고, 많은 소비자들은 '일본 가지 않고, 일본 물품 구입하지 않는다'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활동을 보고 있으면 얼마전에 참 유사하게 진행된 중국활동이 생각날 수 밖에 없다.
한국은 2016년 중순쯤에 북한 무기에 대한 방어책으로 사드라는 방어시설을 들여놓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 사드의 사정거리에 중국의 영토가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정권에서는 극렬하게 반대하였고, 이것이 민간에까지 흘러가면서 한국제품에 대한 불매와 퇴출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정치권도 계속해서 민간을 자극하였고, 결국 많은 한국기업들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마트는 완전히 찍혀서 결국 철수를 결정했고, 이마트도 축소중이던 사업을 완전 철수했으며, 현대자동차도 불매가 일었다. 연예인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도 피해를 봤으며, 그외 다른 기업들도 한국기업으로 낙인 찍히면 불매의 대상이 되었고, 다른 중국기업과의 거래도 갑자기 끊기기 일쑤였다. 중국정부도 한국기업에 대해서 여러가지 제재를 가하면서 사업을 진행시키기 어렵게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많은 한국 사람들은 그런 중국의 행태를 보면서 좋지않은 말을 많이 뿜어냈다.
"정치적인 문제를 민간까지 가져와 경제적인 문제로 만드는 건 말도 안되는 짓이다."
"관련 없는 부분에서까지 번져서 신뢰를 갑자기 져버리는걸 보니 역시 믿지 못할 나라다."
점잖게 표현한 것들을 보자면 대충 이정도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2019년 현재 일본 불매운동을 살펴보자. 상당히 유사하게 진행된다. 일본이 먼저 한국에 주요물품(대표적이로 꼽히는게 고순도 불화수소) 수출을 금지하면서 '한국이 하는 행동에서 신뢰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근현대 사회의 복잡하게 얽힌 은원에서 발생하는 역사적 문제(대표적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판결)를 다루는 부분을 주로 지적하며 먼저 움직인 것이다.
한국정부의 대응은 중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일단 극렬하게 비난하고 시작했다. 여기에다 '이순신 정신' '죽창가' 등을 정부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내걸면서 역사적으로 쌓여있는 반일감정을 자극하며 일본불매를 장려하고 동참하도록 부추겼다. 정치적인 부분에서 시작된 사안에 대해서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풀 생각이 없는 건 중국과 똑같았다.
민간 대응도 역시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바로 정부에서 부추기는대로 불매와 퇴출운동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동참하는것뿐만 아니라 남에게 강요하듯이 동참을 요구하는 사태까지 나타날 정도다.
몇몇 한국인들을 살펴보면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중국 욕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데 위와 같은 불매행동을 살펴보면 사실 중국이나 한국이나 역시나 별반 다르지 않은 '똑같은 사람'일 뿐이다. 가끔씩 중국에서 특이한 행동을 한 사람들이 있어서 기사화 되기도 하지만, 그냥 인구가 많아서 그런 사람들이 좀 더 많은 것일 뿐인 것 같다.
일본 여행을 갔다와서 '거리가 깨끗하고, 불법 주차도 없고, 사람들도 친절하고, 볼 것도 많고 너무 좋았다'라고 말하던 사람이나 심심하면 유니클로 옷을 한 벌씩 사던 사람들이 갑자기 정치적 문제를 바로 민간까지 끌고와 '일본 불매'를 외치는 걸 보면... 전혀 다를게 없다.
깊은 생각을 하고 불매운동을 진행하는게 아니라 그냥 맹목적으로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게 아닐까?
일본 불매운동은 결국 중국 사드보복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된다.
중국 사드 보복으로 많은 한국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롯데와 이마트 같은 유통기업들은 철수했고, 삼성전자와 같은 경우에도 중국에서 진행하던 사업들을 베트남과 같은곳으로 많이 돌렸다. 즉, 중국에 대한 신뢰를 잃고 거래가 줄어든 것이다.
단순히 그렇게 끝이 아니라 순식간에 번진 한국불매와 퇴출을 보면서 다른 외국기업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를 떠올려봐야 한다. 당연히 이들 역시 움츠려들고 중국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일 수 밖에 없다. 언제 자신들이 표적이 되면서 한국기업들처럼 퇴출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즉, 불매와 퇴출은 한국을 주요 표적으로 했을지 몰라도 모든 글로벌 기업에 영향을 주게 된다.
최근 미국 정부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 많은 미국 기업들이 이에 동참을 선언한 것에는 위처럼 한국기업에 대한 불매와 퇴출운동을 지켜본 영향이 분명히 있지 않을까.
한국 역시 당장은 일본에게만 영향을 줄지 모르지만, 이것이 장기간 지속되면 분명 다른 외국자본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 정치권에서 임진왜란같이 500년전 이야기까지 꺼내들면서 일본의 침략 역사의식을 자극하고 있지만, 사실 미국같은 아메리카 국가나,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 및 그외 몽골같은 동아시아 국가들도 한국을 침략한 역사적 사례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비슷한 형태로 민간을 자극하고 불매로 이어갈 확률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서로간의 교역이 감소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일반 기업과 소비자가 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현재 몇몇 기업이 일본제품을 대체할 물품을 만들고 있다면서 뜨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이런 기업을 선택한 이유가 단순히 '더낮은 가격'이나 '품질' 혹은 '가성비' 등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고, 그저 맹목적으로 선택하고 있는데 이런식으로 진행되는 소비는 사실 현명한 소비라고 할 수 없다.
즉, 똑같은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만족감이 더 낮아지는, 혹은 똑같은 만족감을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비합리적인 행위다. 이는 곧 소비행동에 있어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불매운동을 통해 얻는 만족감이 이를 어떻게 채워줄지는 모르겠지만, 단순 소비적 관점으로만 보았을때는 만족감이 내려갈 수 밖에 없다. 과연 제품을 통한 만족과 불매를 통한 만족감 중 어느 것이 장기적으로 오래지속될까...?
최근 한국 정부에서 일본에게 '서로간의 불매운동이나 수출 및 수입 거부는 결국 양쪽 모두에게 피해만 생길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 부분을 강조하며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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