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우리나라 파생상품 시장의 규모는 세계 1등이었다. 세계 금융시장의 크기나 세계 인구수와 비교할 때 사실 1등을 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말이 안 되는 수준.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도박을 좋아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는 말이 많았다. 이 말은 어느정도 들어맞을만도 한 게 사실 선물과 옵션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헷지용도가 가장 중요한데,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소위 '한 방'을 노리며 모험하는 투기성 거래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비록 세계 1등이더라도 왠지 이런 시선이 깔려있다는 것이 못 마땅했는지 규제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규제가 지금 너무 과도하다. 특히 옵션거래에 있어서 그렇다.

 

첫 번째 규제, 국내 선물에 투자하려면 기본 예탁금이 3,000만원. 옵션은 5,000만원이 있어야 된다. 이것부터 좀 마음에 안 드는 규제다. 예탁금 규모와 투기적 거래가 무슨 큰 관련성이 있을까? 이는 오히려 기본 자금이 큰 사람과 적은 사람을 차별하는 규제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돈을 많이 모은 사람은 재테크나 금융에 대한 지식이 좀 더 높겠지' 대충 이런 의미일텐데... 그럴거면 차라리 금융자격증 같은 걸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하는 게 맞지 않을까? 뭐 그래도 이건 참아줄만하다고 치자.

 

두 번째, 파생상품(선물과 옵션)을 거래하려면 30시간에 달하는 사전교육과 50시간의 모의거래를 이수해야 한다. 이거는 그래도 조금 쓸만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선물과 옵션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거래방식이 무엇인지 알자'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선물과 옵션은 한 번 제대로 알기만 하면 ELS나 DLS 같은 것보다 훨씬 심플한 구조다. 거기다 상품마다 구조도 비슷하다. 그런데 ELS나 DLS 같은 것은 그냥 마구잡이로 팔아대고, 거래가 되게 하면서 선물과 옵션에만 이런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좀 어이가 없다. 하... 그래, 그래도 이것도 참아줄만하다. 배운다는 건 좋은거니까. 그래서 그나마 가장 쓸만한 규제라고 보인다.

 

세 번째, 옵션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선물거래 경험이 1년간 있어야 한다.

 

'...'

 

이 세 번째 규제는 솔직히 쓰레기다. 도대체 무슨생각으로 이딴 규제를 만들었을까? 이게 투자자 보호라고?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개인투자자에 대한 '역차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전교육을 이수했고, 모의거래 등을 통해 거래방법도 알았다. 그 위험성에 대해서도 고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이 쯤에서는 자기 나름의 결정으로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어야 하는 게 정상이라고 해야하지 않나?

 

둘 다 어차피 파생상품이다. 무언가 하나는 원금초과손실 가능성이 없는 일반투자상품이 아니란 말이다. 아주 위험한 이런 상품이 존재하는 이유는 다양한 투자법을 위해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특정 투자법을 실행하고 싶었는데 그게 하필 옵션거래를 활용하는 방법이었다면, 하기도 싫은 선물거래를 억지로 1년이나 해야 한다. 그 위험한 거래를, 자기가 하고 싶지도 않은 방식으로 무조건 이수해야 한다.

 

이 무슨 멍청한 규제란 말인가?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