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금자보호법 한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2001년 이후 동일한 한도로 운영되는 원금 + 이자 합계 5000만원의 한도를 이제 늘릴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꽤 타당한 지적이라 생각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반대에 한표를 던지겠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만들어낸 이 이슈에 대해서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찬성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펼쳤다. 1차적인 사고로 판단하는 인터넷 여론은 대부분 '금융회사에 될 수 있다'는 기사 속 한 마디에 임종룡에게 원색적인 비난이 대부분이었는데, 대충 이런 의견들이었다.

 

'왜 금융회사 부담되는 걸 안해서 국민 보호 한도를 줄이냐?'

'국민들이 왜 금융회사 부담을 대신 맡아야 하냐?'

 

언뜻 들어보면 맞는 말이고, 나 역시 일반 국민들이니 내 보호한도가 늘어난다는데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반대하는 이유는 조금만 생각해봐도 오히려 장기적으로 내게 더 손해가 되면 손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에 나는 반대에 한표를 던진다.

 

자 내가 금융회사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자(특히 은행). 예금자보호 한도가 늘면서 그 늘어난 금액 보증에 따른 보험료 납입을 높여야 한다. 한 마디로 비용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은행이 공적 목적성도 지니고 있어서 금산분리 혹은 은산분리로 산업적 자본의 진입을 어느 정도 틀어막고 있지만, 그래도 은행은 기업이고 수익의 추구를 최우선으로 해야한다.

 

그리고 비용이 늘어났다. 그럼 무엇을 할까? 일단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지 찾아본다. 은행 같은 경우 평균 인건비 수준이 높은 편이다. 이것을 좀 줄일 방법을 생각해낼까? NO. 안 그래도 관료제로 틀어박힌 은행제도권은 성과연봉제 도입때문에 지금 노사간 냉전중인데 절대 불가능하다. 어쨌든 저항이 적은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데 내가 보기엔 가장 적절한 것이 일단 혜택 축소다.

 

예를 들면 인터넷뱅킹 거래시 예전에는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면 무료로 가능하던 입출금 뱅킹 등의 조건을 더 까다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혜택을 못 보게 될 사람들이 많이 생길 것이다. 아니면 최근에 미국 은행 등과 같이 '계좌유지 수수료'등을 부과해야 한다는 말이 간간히 나오고 있었는데, 예금자보호 비용 상승을 핑계삼아 도입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것들이 안되면 다른 저항이 적은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은행들은 카드사 등을 함께 운용하고 있는데, 카드혜택 등을 축소한다거나 하는 것이다. 어찌됐든 대부분 사소한 금액이 줄어드는 것일 테지만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즉 인건비 감소나 가산금리를 상승시켜 대출금리를 올리는 최후의 방법도 존재하지만 가능성이 아주 희박하다면, 알게 모르게 고객혜택을 줄이는 방법은 거의 무조건 시행 될 것이다.

 

자 그렇다면 예금자보호 한도를 늘려서 고객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무엇인가? 은행 파산시 딱 1번, 내 보장금액을 더 높게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는 IMF와 서브프라임 사태 등을 거치면서 은행들이 많이 개편되었고, 현재 시중의 유명한 국민, 신한 은행등은 대부분 재무건전성이 좋아 파산할 기미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다 5000만원을 이 은행 저 은행, 저축은행 등에 분산해서 예치하면 웬만한 서민들은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한도를 채울 수 있다.

 

한 마디로 예금자보호 한도 상승으로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1~2% 이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한도 상승을 시켜서 무언가를 잃을 확률은 아무리 못해도 1~2%보다 크다는 것이다. 못해도 30%는 넘지 않을까?

 

자 이제 누구의 말이 더 국민을 생각한 것일까? 1차적으론 당장 곽범국 사장의 의견 같지만 조금만 자본주의 사회의 원리를 파악하고 깊숙히 생각해 보면 임종룡 위원장이 의견이 더 국민을 생각한 것이 아닐까?

 

예금자보호 한도 상승은 고객혜택이 줄어들는 정도나 한도 상승으로 국민이 얻을 혜택을 저울질해 한도 상승이 국민에게 더 높은 혜택을 주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싶을 때 실시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 거의 절대적이다.

 

금리가 올라가고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져 무조건 고객의 돈을 유치하려는 데 정신이 없을 때, 한도 상승 보험료 따위 신경도 안 쓰고 무조건 고객을 유치할 때 실시하거나 혹은 정말 대부분의 국민들이 여러 은행에 분산해 돈을 넣어도 보호법의 적용을 받기 힘들다 싶을 때 보호 한도 상승을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때문에 나는 이번에는 임종룡 위원장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