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수건은 이미 시작 전 부터 불안한 감이 있었다. 멜론이라는 음악채널이 대한민국에서 1위를 확고히 하며 지속적으로 수익이 커져가는데다 아이유와 같은 걸출한 아티스트까지 소유한 채 추가로 씨스타와 케이윌의 소속사였던가? 그런 걸출한 아티스트들을 추가로 품에 안는다는 소식등이 들려오면서 기업에 대한 미래 기대치는 활활 타올르다 못해 폭발하기 직전까지 이르렀고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끝없이 치솟아 오른 상태에서 이루어진 인수였기 때문이다.
물론 아주 좋은 기업은 꽤 비싼 값을 지불하여도 괜찮을 때가 있다. 그러나 카카오 같은 기업이 로엔은 인수하는 것에는 무척 신중해야 했던 것이, 인수자금을 쉽게 댈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돈을 마련하는데 '차입'을 이용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것이 한 두푼도 아니고 1조 8700억, 거의 2조원에 가까운 돈을 차입한다고 생각하면 자칫 본래 사업을 하던 것마저 휘청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로엔은 일년에 약 500억 정도를 벌어들이고 있었는데, 만약 1조 8700억을 전액 약 3%금리로 차입하였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이자로만 무려 561억원이 들어간다. 즉, 인수한 기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이자로 고스란히 다 까먹고도 추가로 다른 곳(본 메신저 업 등)에서 추가로 자금을 끌어와야 감당이 되는 정도라는 것이다.
나중에 500억 벌던 것이 600억, 700억 등으로 늘어나더라도 여기에서 500억 정도를 빼면 실상 남는 돈은 별로 안 된다. 1조 8700억라는 원금을 이자를 갚아나가면서 다 메꾸려면 도대체 몇 년이 걸릴지 도저히 예측이 안 되는 것이다. 이자를 다 갚고 1000억이 당장 남는다 쳐도 거의 19년에 가까운 세월을 보내야 하는데, 그 동안의 화폐의 시간가치가 감소할 것 까지 생각하면 실상은 더 오랜 시간이라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카카오가 왜 이렇게 비싼 값을 치뤘을까? 그것은 바로 '시너지'효과를 이용해 500억 정도 벌어들이던 수익을 순식간에 두 배, 세 배로 쭉쭉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개구리에 키스를 하면 왕자로 변한다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그러나 문제는 로엔은 이미 왕자나 마찬가지여서 키스를 해봤자 변신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왕자를 왕이나 황제로 올려야만 할 것인데... 왕이나 황제가 되는것도 쉽지 않겠지만, 되더라도 그다지 큰 발전 가능성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이미 형제가 없는 왕자로서 대부분의 신하와 권력들이 결집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이제 다른 나라를 집어삼켜야만 빠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쉽진 않을 것이다.
사실 그 당시 카카오는 꽤 급한 상황이었다. 다음을 인수할 때도 카카오측은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말도 안될 정도로 카카오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다음의 가치를 땅바닥에 집어던져 합병을 했을 정도였는데, 모든 것이 바로 '미래 기업 성장가치' 한 가지 덕분이었다. 당시 수 많은 메신저 이용자들을 활용해 '카카오 게임'이 성공하면서 성장한 수익성이 미래에 다른 사업분야에도 적용하면 막대한 수익이 창출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카카오 게임 이후로 제대로 된 성장동력은 이상하게(사실 너무 장밋빛 전망이었다는 것이 진실이겠지만...)도 나타나지 않았고, 헐값에 다음을 넘긴 투자자들은 물론 카카오라는 메신저 기반 기업에 대한 시장에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창업자와 경영자의 자존심, 그리고 미래 성장을 담보로 해 높아져 있는 주가,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증가할 임직원의 인건비, 그리고 선구자라는 이미지로서 고객의 기대를 지속적으로 채우기 위해 필요할 투자비와 유지비 등등... 로엔 인수는 그런 상황에 기업간 '시너지'를 확실히 만들어 내 양측의 수익성을 두 배, 세 배로 높여줄 수 있을 것이란, 또 다시 장밋빛 전망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대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지금, 어느 정도 결과가 보이는 지금에 와서 보면 처참하기 그지 없는 상태라 생각된다. 로엔은 그나마 그 시장의 왕자답게 조금씩 더 강해졌지만, 겨우 이 정도를 기대했다고 볼 순 없다. 그리고 카카오는 시너지의 힘을 발휘하긴 커녕 오히려 점점 수익성이 나빠지는데다 재무제표에서 무언가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재무제표를 상세히 보면 단기차입금을 갚으려고 장기차입금을 끌어다 쓴 모습이다. 빚을 갚으려고 빚을 빌려다 쓴 것이다. 개인으로 치자면 카드 돌려막기나 비슷한 짓을 한 것인데... 당연히 좋아보이진 않는다. 뭐, 개인으로 치면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 돌려막기를 한 것이라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불안함은 있을 수 밖에 없다.
사실 인수한지 아직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것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부터 좀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봐도 시작전부터 꽤 무리한 사업확장이었기에 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대기업에 해당하는 조건이 완화되면서 그나마 숨통이 좀 트였지만, 그래도 2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기에 새로운 사업을 하는데 숨통이 제대로 트일리가 없다.
만약 그 큰 금액을 지금 진행중인 카카오와 여러 서비스의 연계에 이용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초기 이용에 수많은 혜택을 주면서 이용자들을 모을 수도 있을테고, 광고를 엄청나게 퍼붓다시피 해서 사람들의 눈을 사라잡아 이용자들을 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즉,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커지지 않았을까? 이게 성공해 돈을 벌고 말고는 나중 문제다. 카카오는 일단 메신저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 근본적으로 추가 연계사업을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이 점에서 제대로 사업을 위해 돈을 쓸려면 이런 곳에 먼저 들어갔어야 하지 않을까? 음악과 관련한 사업이야 협약 등으로 채우고 말이다.
냉정하게 평가해서 카카오의 로엔 인수는 실패작이다.
이 건으로 인해 최대주주이자 설립자인 김범수는 초기 아이디어를 빠른 실행력으로 사업화하는데는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이전 NHN도 그렇고, 카카오도 그렇다), 그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후에 이끌어가는 경영능력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만약 카카오에 투자할 사람들이 있다면 회사 경영과 관련해서 이런 상황을 미리 인지해 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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