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여러분야에서 시간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몇십년 전 있었던 일본의 버블 붕괴와 함께 폭락한 부동산시장이 제대로 된 반등조차 없이 20년가까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것을 보면서 조만간 한국도 이렇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일본에서 있었던 부동산 폭락및 이후에도 지속적인 가격 하락에 주요한 이유로 꼽히는 2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생산가능인구 비중의 감소

2.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자산거품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도 조만간 일본과 같은 대폭락과 함께 지속적인 하락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은 주로 1번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15~64세 인구를 생산가능인구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이 계층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1990년 초반쯤 최고점을 찍고 이 비중이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을 살펴보니 1990년대 초반에 역사적으로 높은 가격 수준까지 간 다음 갑자기 폭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자 당연히 부동산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논리이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모습에서 둘의 상관관계를 증명하며 이 논리를 뒷받침 해준다.

 

우리나라 역시 생산가능인구가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으며 2018년을 기점으로 최고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상황이라, 조만간 대폭락과 함께 긴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꽤 타당한 주장이지만 난 이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이 다른 요인들을 너무 많이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일단 위에서 말한 2번째 이유를 먼저 살펴보자.

 

거품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아보려면 일단 1985년 9월 22일 그 당시 G5라고 불렸던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다섯 국가가 모여서 체결한 '플라자 합의'를 알아야 한다. 이 당시 일본은 어마어마한 대미흑자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이로인해 미국의 경제상황이 불안해지자 미국은 엔화의 가치가 지나치게 낮아 강력한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며 왜곡된 환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다른나라들이 받아들였다. 어마어마한 자본이 움직이는 국제시장 속에서 환율을 조작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세계 초강대국들이 모두 모여서 일시에 움직인다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렇게 일본 엔화의 가치가 엄청나게 절상되기 시작하자, 수출위주로 성장하던 일본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경기침체로 연결되었다. 그러자 정부는 당연히 부양책을 실시하였는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동시에 강력하게 실시하였다. 여기서 통화정책의 일환인 금리인하와 함께 부동산을 지원하는 정책들로 인해 서서히 가격이 상승하더니 어느새 어마어마한 거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급량 역시 늘어났다.

 

그 당시 거품이 어느정도였냐하면, '도쿄의 4분의 1만 팔아치워도 미국 땅 전체를 살 수 있다'라고 할 정도였다. 일본 전체의 4분의 1도 아니고 도쿄의 4분의 1이다. 어느 정도의 거품인지 상상이 가는가? 이 정도로 가격이 상승할 정도면 공급자 입장에서는 일단 무조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어마어마한 수요로 만들기만하면 말도 안 될 정도로 비싼 가격, 그것도 빠르게 팔아치울 수 있는, 평생에 한 번 있을가 말까한 돈 냄새가 나는데 사업가들이 놓칠리가 있겠는가? 나라도 전재산을 털어서 작은 건설사를 만들고 사업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상승과 함께 경기가 과열되면서 하이퍼인플레이션 조짐이 보이자 당연히 중앙은행은 물가는 잡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올렸고 정부도 지원하던 정책을 폐지하고 규제로 돌아섰다. 여기에 공급물량까지 쏟아지면서 결국 거품이 일시에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일본의 부동산 폭락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일본에 있었던 폭락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의 감소보다는 오히려 어마어마하게 생겼던 거품이 꺼지면서 생겨났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구정책 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주목하기 보다는 지나치게 생산가능인구 비중에만 집중하면서 한국에도 이런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겁을 주고 있다.

 

두 나라가 비슷한 모습을 취하는 것들이 많다지만, 당연히 모든 것이 같지는 않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문화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한국의 K-POP을 이끄는 아이돌들과 일본의 아이돌은 그 국가의 국민들의 선호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어느 정도 뮤지션의 모습을 갖추고 나와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 여리여리하고 어린애 같은데다 심지어 어벙해보이기까지 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하나하나 가르치고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라며 좋아하는 일본.

 

이렇듯 두 나라는 비슷하지만 다른점이 수도없이 많다.

 

따라서 아직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폭락할 정도의 거품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2018년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라도 전혀 일본과 같은 폭락은 없을 것이다. 꽤 많은 공급이 기다리고 있기에 주춤하거나 약간 하락하는 정도? 오히려 2019년 쯤 갑자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급량과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여기에 또 다른 점은 한 가지 꼽자면 외국인들의 유입이다. 당장 옆에 13억의 인구가 대기하고 있는 중국을 보자. 자, 자신이 중국인일때 중국을 떠나 한국과 일본 중 한 곳의 부동산을 사서 정착하고 싶다면 어디 부동산을 살 것인가? 나라면 개인적으로 한국이다. 일단 더 가깝고, 무엇보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 집을 산다는 것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도 아직 통일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 불안함이 있지만,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조차 찾기 힘든 강력한 자연재해에 비할 수 있을까. 이는 비단 중국만이 아니라 먼 나라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즉, 인구가 설사 줄어들더라도 이를 채워줄 외부유입 면에서도 일본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 외에도 국토의 면적과 모양 등 따져야 할 요건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인구정책에 실패한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대한민국은, 허술하지만, 그래도 일본보다는 빠르게 인구정책을 시작하고 있는 모습도 다른점이다.

 

결론적으로 조만간 폭락이 온다는 것에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다. 일본에 폭락을 가져온 주요 2가지 요소 중 당장 1가지에서 다른점이 보이는데다 그 외에도 다른 점은 수도없이 많다. 해외 사례를 참고하는 것은 굉장히 유용하지만, 그것을 여러 문화적, 환경적 요건을 무시하고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