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는 부동산경기를 부양하며, 지나친 저금리는 자칫잘못하면 심각한 부동산 가격에 거품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 역시 그렇게만 이제껏 그렇게 믿었으며, 다른 무엇보다 확 낮춘 기준금리야말로 부동산경기 부양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경제 대공황 이후 최대의 세계 경제위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를 어느 정도 잘 해결했다고 평가받는 벤 버냉키가 2012년 3월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했던 강연 내용은 이 의문에 대한 적절한 증거를 제시해준다.


"(중략) 2000년대 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사실을 두고 많은 분들이 이것을 주택 버블에 기여한 또 다른 요인이라 주장해왔습니다. (중략) 2003년에는 연방자금금리가 1퍼센트로 떨어졌습니다. (중략) 물론 저금리를 통해 통화정책이 달성하려는 목적 가운데 하나가 주택 수요를 늘려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데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중략) 내가 찾아낸 증거에 따르면, 경기 상승기 동안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서 통화정책의 역할은 중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몇 가지 증거들을 잠시 논의하겠습니다. 한 가지는 국제 비교입니다. (중략) 과열과 붕괴가 각 나라의 통화 정책과 밀접히 관련되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주택 가격의 과열 정도가 미국과 비슷했거나 그보다 더 컸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통화정책은 미국에 비해 훨씬 더 긴축적이었습니다. (중략) 또 다른 예는 독일과 스페인입니다. 이 두 나라는 모두 단일 통화인 유로화를 쓰고 있어서, 두 나라 모두 중앙은행도 유럽중앙은행으로 똑같고 통화정책도 똑같습니다. 그런데도 독일의 주택 가격은 전체 위기 기간 내내 변화가 전혀 없었던 반면, 스페인에서는 주택가격이 엄청나게 - 미국에서보다 훨씬 더 많이 - 올랐습니다. (중략) 두 번째 이슈는 버블의 규모입니다. (중략) 2000년대 초반의 통화정책이 가져온 비교적 소폭의 금리 변동만으로 주택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에는 그 상승 폭이 너무 컸다는 것이지요. 내가 제시하려는 마지막 증거는 버블이 형성된 시저밉니다. (중략) 주택 가격은 2004년 긴축이 개시된 이후에 급격히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타이밍이 서로 잘 안 맞는다는 것이지요. (중략) 주가를 급속히 끌어올리고 있던 바로 그 심리 상태, 즉 심리적 낙관론이 주택 가격까지도 끌어올리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는 설명이지요. (중략) 또 다른 가능성은 (중략) 아주 심각한 금융위기가 1990년대 말 발생했다는 사실과 관련됩니다. 위기가 진정된 이후부터는 여러 신흥시장 국가들이 대규모 대외준비자산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들 신흥시장 국가로서는 안전한 달러화 자산을 확보해야 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하는 여러 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중략) 여러 나라에서 주택 가격 상승과 가장 상관관계가 강한 것으로 나타나는 변수는 아마도 자본 유입일 것입니다. 안전하다고 인식되던 주택담보대출 및 여타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온 자금량 말이지요. 그런 자본 유입이 대략 1998년부터 시작되었으므로 타이밍도 딱 들어맞는다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통화정책이 주택 버블의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견해에 반대하는 근거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중략)"


-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와 금융위기를 말하다. 97~100 페이지 中


버냉키가 주장하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전 세계의 주택 과열과 붕괴를 살펴보니,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즉 기준금리를 상승시킨) 진행한 국가에서도 과열현상이 일어났으며, 오히려 더 심한 과열이 있기도 했다.

2. 똑같은 통화정책을 실시하는 국가들(유로존)에서도 특정 국가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며 거품이 형성되었지만, 특정 국가는 그렇지 않았다.

3. 대폭 금리를 하락했을 때보다 오히려 소폭 금리를 하락했을 때 더 높은 상승 폭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었다.

4. 더 본격적인 주택 가격 상승은 오히려 긴축이 시작될 때 발생했는데, 여기서 부동산 버블에 더 결정적 기여를 하는 것 중 하나로 '낙관적 심리상태'를 들 수 있다.

5. 결정적으로 상관관계만을 따져보았을 때 더 비슷하게 움직인 것은 금리하락과 부동산 가격 상승보다 오히려 해외자본 유입과 부동산가격의 상승이었다.


상당히 논리적이고, 강력한 반박 자료들이다.


1번과 3번 및 4번의 반박 자료에 따르면, 지나친 경제에 대한 낙관적 심리상태가 팽배해지는 것이 버블을 형성하는 것이지 기준금리 하락이 원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번의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아예 부동산 시장과는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있다. 5번의 자료는 단적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저금리 - 부동산 가격 상승의 상관관계를 깨부숴버린다.


물론 버냉키의 주장에도 헛점은 있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실시하는 국가들이 이전에 이미 대부분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쳤다는 것이다. 이것이 통화의 가치하락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면서 물가상승률이 높아졌기에 실물자산인 부동산 가격도 상승할 수 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긴축을 아주 강력하게 행했다면 모르지만, 상황을 보면서 천천히 긴축을 해나갔다면 당연히 물가상승률을 쉽게 잡을 수 없었을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1번의 반박자료에 대한 재반박이 될 뿐 다른 것에 대한 반박이 될 수가 없다.


특히 5번의 반박 자료는 최근의 사례까지 들어봐도 너무나 강력하게 들어맞는다.


최근 우리나라의 제주도 부동산들에 해외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엄청난 가격상승이 일어난 적이 있다. 캐나다에도 밴쿠버 리치몬드에서 대규모 해외자본이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었다.


이 두 가지 사례마저 살펴보면 더 이상 버냉키의 말에 재반박하기가 어려워질 듯 하다. 물론 버냉키도 인정했듯이 어느 정도는 통화정책이 부동산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 급등에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는 점에는 동의하여야 할 것 같다.


버냉키가 추가로 했던 말을 들어보자.


"통화정책은 초점이 상당히 무딘 연장인지라 모든 자산 가격과 실물경제 전반에 두루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만약 레이저처럼 초점이 예리한 유형의 연장을 얻을 수 있다면 그런 연장은 사용하는 편이 모두를 위해 훨씬 더 낫겠지요." - 107 페이지에서


이쯤되면 그 동안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정부들이 기준금리를 핑계삼는 것에 속아온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든다.


이제 대책에 대해 말해보자. 일단 왜 우리나라 전체적으로가 아니라 제주도에 한정해서 외국자본이 들어왔던 것일까? 알다시피 제주도와 캐나다에 들어온 자본들은 중국발 자본들인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결정적 이유는 제주도에서 '투자이민제도'를 실시해 우리나라의 영주권을 부여하는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캐나다 역시 마찬가지다. 즉, 해외자본 유입은 결국 국가나 시 자체의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의 긍정적 낙관론도 결국 부동산 정책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세금'과 '규제완화'일 것이다. 기준금리 완화보다 LTV나 DTI같은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오히려 더 국내 부동산의 긍정적 낙관론을 만들어내기 쉽고, 분양권을 거래하면서 생겨나는 이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거나 단기간 보유 후 매매하는 것에서 생겨나는 이익에 세금을 강력하게 부과하지 않는 것이 긍정적 낙관론이라는 불에 기름을 퍼부어주는 행위가 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LTV와 DTI등을 완화하면 부동산에 대한 '유효수요(그냥 수요가 아니다)'를 창출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숨어있던 수요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낙관론이 팽배해지는데 여기에 세금이라는 제동마저 없다면 낙관론이 지나치게 거대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곧 '투기적 수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경기가 침체되었으나 부동산 자산의 거품만을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상승시키는 것보다는 규제 강화와 단기 투자에 대한 강력한 세금부과를 실시하는 것이 현명한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현재 1년 이내에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이익을 생기는 부분에는 50%의 양도소득세를 내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을 2년으로 상승시킨다든지, 부동산을 몇 채 이상, 혹은 일정한 규모 이상을 가지고 있을 경우 매매차익에 대해 50%보다 훨씬 높은 세금을 매기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정부가 경기침체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만을 막을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이런 규제와 세금과 관련된 부분부터 빠르게 손질해야할 것이다. 규제를 건드리기 어렵다면 최소한 세금을 통해 속도조절이라도 해야할 것이다. 이런 것을 손대지 않고 말만 떠든다면 부동산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에 기대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매매차익이나 분양권 거래에 대한 강력한 세금도 없다면 앞서 한 말은 거짓말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규제는 그대로 두고, 기준금리마저 그대로 둔 채 세금만을 강화하면 실수요자를 그대로 살리면서 어느 정도 충분한 브레이크가 가능한데 실수요자를 언급하며 핑계를 된다면 100%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해외자본에 유입에 대한 세금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해외자본 유입의 가장 심한 폐해 중 하나가 '비어있는 집'인데, 이것 역시 실수요가 아닌 것에서 발생한다고 할 것이다. 해외에서 국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자본에 매겨지는 강력한 세금 역시 충분한 브레이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주택은 인간의 생활의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의식주' 세 가지 중 하나를 차지한다. 그런데 옷과 음식과는 다르게 아주 높은 비용이 지출되는 품목이라 어찌보면 세 가지 중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자살률'처럼 전체적인 행복도와 불행함 등을 총 내포하는 항목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


이에 대해서도 다음에 알아보자.


공공재나 독과점 구조를 제외한 다른 부분들은 괜히 세금을 매기거나 규제를 거는 등 간섭하지 말고 시장경제에 최대한 맡기는 것이 더 옳은 결과를 가져올지 몰라도(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모든 체제들을 이기고 결국 살아남아 승리한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의식주와 관련된 부분만큼은 세금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강력한 참견하는 것이 더 옳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본다. 기준금리와 실수요자 염려라는 핑계는 이제 그만하자...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