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밑에서 시키는대로만 일하면서 그날그날 나오는 월급으로는 당연히 큰 돈을 모으기 쉽지 않다. 잘못하면 밑바닥에 추락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능력을 믿고 일을 추진하며, 잘못될 경우 그에 대한 각오를 하고서 도전을 선택한 사람들에게 성공했을시 더 높은 보상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누가 새로운 것에 도전 할 것인가?

 

상속세와 관련해서 말이 많이 생기는 것은 상속세를 내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게 도전을 선택해 성공한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본격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한지 이제 막 60~70년이 된 수준이며, 해방 후 바로 시작해서 빠르게 성장한 기업들은 창업주의 3세에게, 조금 늦게 시작해서 성장한 기업들은 2세에게 기업을 물려줄 시점이다.

 

여기에서 세계 최대 수준의 상속세(최고 50% 수준, 최대주주 할증 등이 붙을 경우 65%까지도 가능)로 인해 경영승계에 대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상속세 찬성에 대해서 살펴보자. 왜 이런 세금이 필요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시작의 평등'을 위해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전히 평등을 추구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태어나서 시작하는 스타트 라인, 즉 시작점 만큼은 최대한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후 서로간의 격차가 벌어지더라도 스스로는 '내 노력이 모자랐던 것이다', 타인이 보기에는 '저 사람의 노력이 모자랐던 것이다'라는 생각이 주류가 되면서 어느 정도 사회가 안정된 채로 유지 된다(물론 그렇더라도 재도전의 기회와 최소한의 복지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졌다면 어떨까? 노력이 어쩌고 이런말이 필요없다. 그냥 불만만이 가득한 사회가 되면서 혼란에 빠진다.

 

물론 상속세 하나만으로 스타트 라인을 똑같이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상속세가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최대한 그 격차를 줄여놓을 수 있고, 이후 여러가지 기회를 줌으로써(예를 들면 뛰어난 아이디어나 자신이 갈고닦은 능력을 이용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는 것. 즉 각종 인프라와 창업 지원 등.), 자신의 능력을 갈고닦으면서 여러 기회 중 하나를 잘 잡으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라는 생각을 심어주게 만들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상속세는 당연히 더 강화되어야 한다.

 

이제 반대에 대해서 살펴보자. 먼저 상속세는 이중과세에 속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의 원칙에 따라 소득을 벌어들일 때 이미 세금은 한 번 냈다. 그런데 여기서 자신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직계비속 등에게 상속시 또 한 번, 그것도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세율로 돈을 내라고 하니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직계비속의 입장으로만 따져보면 분명히 자신의 수완도, 능력도, 노력도 없었던 불로소득임이 확실하므로 이 부분은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거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대부분 사업가들이 그 대상인데, 그 막대한 세율을 내면서 기업을 승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높은 세율을 위한 막대한 현금을 구해놓기도 어려운데다가, 어렵게 승계하더라도 경영권의 위협을 받을 정도의 지분밖에 물려받지 못하기 쉽다. 이런 사태 때문에 경영승계 포기하고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 평생을 일군 사업체를 매각하기 쉬운데, 이 경우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고용유지' 등의 위험이 발생한다.

 

새로운 기업의 주인이 이전 주인과 똑같은 성향일 수 없다. 기존에는 필요한 부서라고 생각했던 곳도 새로운 경영자는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즉각 정리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고, 갑자기 경영의 방향을 크게 변경하면서 새로운 방향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들은 이제 필요없는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면 애초에 기업을 사들인뒤 청산등을 통해 돈을 벌어들일 목적으로만 접근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찬성과 반대, 어느 방향이 옳은 것일까?

 

인간의 심리로만 따진다면 사실 이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더 강화시키는 게 옳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따져본다면 분명 사회의 안정성이 흔들리기 쉽다.

 

독일 가전의 벤츠로 불린다는 밀레의 회장은 한국의 현 상황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는 기업을 죽이는 제도이며, 당장 개선을 해야 한다."

"한국의 상속체계는 경영을 승계하려는 기업인 입장에서 치명적이며, 기업의 생태계를 파괴한다."

"고용유지와 창출을 하는 기업에는 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 오히려 전체적인 국가 부에 더 기여한다."

"개인적으로 상속받는 자산과 사업유지를 위해 승계받는 자산을 구분해 개인적인 것에는 높은 세율을 내더라도 사업적 자산은 사업개선과 고용유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상속세를 감면하는 대신 고용의무와 사업유지 의무를 제시하면 국가 차원에서도 훨씬 이익이다."

 

개인적인 자산은 직접적으로 물려받는 현금이나 예금, 부동산, 투자용 주식 등일 것이고, 사업적인 것은 아무래도 물려받는 기업의 지분인 주식등이 될 것이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현재 경영 승계 후 고용과 급여 유지 등이 일정 수준 이상될 경우 85% 감면(5년 사업유지, 5년간 승계 연도 급여 총액 400% 지급), 100% 감면(7년 유지, 7년간 700% 지급)하고 있다.

 

캐나다는 1972년 상속세가 폐지됐고, 호주는 1984년, 스웨덴은 2005년 폐지했다. 홍콩과 싱가폴도 없다. 이런 국가들은 자본이득세라는 제도를 통해 경영승계 후, 만약 승계받은 직계비속 등이 사업용 자산인 주식 등을 팔아 개인적으로 사용하려 할 때 세금을 매기는 형태를 취한다.

 

참고로 OECD 평균 최고치는 26.3%이며, 우리나라는 이와 비교하면 두배를 넘어간다. 확실히 높은 수준이긴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나는 상속세에 찬성하며 폐지에 반대한다. 모든 것은 그 나라의 현 상황에 맞춰 다루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너무나 시작점 평등에 목말라 있는 상황이다. 고용창출과 유지? 그런게 더 불안해지더라도 스타트 라인이 조금 더 비슷해질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희생하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내가 잘못알고 있는 것일수도 있지만). 즉, 사회안정과 발전을 위한다는 상속세 폐지가 현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더 심한 혼란만을 창조할 것이다.

 

하지만 최고 65%에 이르는 상황을 조금은 완화시켜 줄 필요는 있다고 보인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한 사업 등에서 수완을 발휘한 것도 아니고,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지도 않았지만 그저 운만으로 큰 돈을 버는 또 다른 사례의 세금과 비교했을 시 너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비슷한 소득은 바로 복권이다. 그리고 복권의 최고세율은 33%다. 비슷한 형태의 불로소득간에는 비슷한 수준의 세금을 매겨야 하지 않을까?...

 

또한 뭐든 그렇지만, 특정 부분에서 지나친 규제를 행할 시, 그것도 특정한 지역에서만 행할시에는 불법화와 음지화가 강하게 이뤄진다는 점에서도 65%는 확실히 지나치다고 여겨지는 면이 있다. 

 

그러나 복권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라도 있지만, 상속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독일등과 같이 고용유지와 급여지급 등이 이뤄진다는 가정하에 사업적인 자산에만 65%에서 33%수준으로 감면하여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현 대한민국의 상황에서는 상속세를 유지하는 것이 옳으며, 단 지나치게 높은 현 수준을 일정한 조건하에서 또 다른 대표적 불로소득인 복권 수준으로 감면시켜주는 정도가 가장 알맞은 조치가 아닐까 싶다.

Posted by 은목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