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은 사람'으로 해석된다.
가장 최근 역사적으로 한국에게 가장 큰 아픔을 준 국가가 일본이기에 그런 일본과 친하게 지내려는 사람들은 모두 나쁜 인간처럼 취급되었고, 친일파는 곧 한국에서는 최악의 인간을 뜻하는 말로 지칭되게 되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친일파라는 말을 계속 이대로 놔둬도 되는 것일까?
시간은 계속 흘러 이제 그 역사적 아픔이 거의 100년에 다다랐다. 한국과 일본은 다시금 정치적,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로간의 왕래도 가장 많은 국가들 중 하나다.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일본 제품이나 방송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방송하거나 일본인이 한국에 와서 방송하는 모습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일본 연예인을 두고는 사람들끼리 이런 말도 나눈다. 'XX라는 사람은 대표적인 친한파 연예인이다.' 라면서 한국을 좋아하는 연예인이니 보기 좋다라고 말한다. 반면에 일명 '험한파' 혹은 '반한파' 같은 성향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별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저쪽에서 싫다면서 노골적으로 표현하는데 좋아하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친한파'는 괜찮은데 왜 '친일파'라는 단어는 통용되어선 안되는 것일까?
한국의 문화나 음식 등을 좋아하면 친한파라고 하면서 통용되어도 괜찮은 단어로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일본 문화나 음식 등을 좋아하면 당연히 이 사람들은 친일파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친일이라는 단어는 절대 써서는 안되는 것처럼 되어 있어서 그렇게 불러서는 안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똑같은 상황에서 하나는 통용이 가능하고 하나는 절대 안되는 것처럼 말하는 건 무언가 부조리하지 않을까?
제대로 따져보면 친일파라는 말의 뜻은 사실 친한파와 똑같이 별거 없다. 그냥 일본 여행을 가거나 일본 문화 같은 걸 좋아하는 것일 뿐이다.
위에서 한국인들이 친한파인 사람을 좋아하게 되듯이 당연히 일본인들도 친일파적인 성향의 사람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일본을 좋아하더라도 친일파로 불릴까봐 한편으로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즉, 국가나 민족과 전혀 상관없는 그저 개인의 기호와 성향일 뿐인것이 잘못 사용되고 있는 단어 하나때문에 은연중에 제한되고 억압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어 그자체로만 보았을때도 잘못 사용되고 있는 국어교육적 관점에서도 부조리한 상황이다.
이제는 조금씩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와 민족을 배신하는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는 '반민족주의자' 혹은 '매국노'로 바꿔부르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개인의 기호와 성향이 아무런 이유 없이 제한되지 않도록, 또한 잘못된 국어교육으로 친일파는 나쁜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일본 사람과 만났을 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맹목적으로 그들을 적대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어린시절 누군가에게 적대감부터 안고 시작하고, 복수심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은 너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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